2012.09.12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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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진희
작성일
조회
268
본문
몽당연필
오늘도 몽당연필은 투덜대며 울고 있어요.
왜 나만... 흑흑흑..
한참을 써내려가던 손이 멈추고 공책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몽당연필.
그 분이 물으셨어요.
왜 울고있니 몽당연필아?
저 새 연필들 좀 보세요~ 쟤들은 큰 키를 가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된다구요. 보세요. 저를.. 이렇게 작고 이렇게 닳았어요. 한 글자만 쓰려해도 제 온 몸이 마구 뒤뚱거려야해요. 왜 오늘도 저를 쥐고 계세요. 그냥 필통속에 가만히 쉬라 하시면 정말 안되나요? 당신은 절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작은 네 몸이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는지 아니? 오랫동안 손에 쥐고 너와 함께 써내려간 이야기들.. 자~ 이제 들어보렴~ 분명히 너도 기뻐할거야.
그리고 그 분은 당신의 적으시던 그 이야기를 가만히 속삭여 주셨어요.
......
저는... 저는... 그저 당신의 손에 쥐여 지기도 힘든 작은 연필. 한 글자를 적고 나면 숨이차고, 한 줄을 쓰고 나면 그새 더 작아지는.. 그런 볼품없는 연필. 무슨 이야기가 쓰여지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늘 힘들다고 울어야했던 작은 연필. 왜 이렇듯 아름다운 이야기를 작은 저와 함께 쓰셨나요.
아이야... 네가 쉽게 써내려갈 수 없었듯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적어 내려간 나의 이야기들. 내가 너와 함이 기쁜 것은 너를 사랑하듯 나의 이야기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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