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6 [아래로부터의 영성]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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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쯤 전에 잠시 일했던 출판사에는 참으로 잊혀지지 않는 부서장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서른 중반이 되어 보이는 그녀는 늘 삶이 고단하다했고, 늘 개인적인 통화로 분주했고, 곧잘 통화중에 언성을 높이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무에 집중을 하지 못했고, 함께 근무하는 어느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이루지 못했으며, 종국에는 다른 직원의 급여를 몰래 가불받아 임의로 융통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되는 유형의 사람이긴 하지만, 그녀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업무시간 내내 이어폰으로 설교 동영상을 듣고 있던 그녀의 모습 때문입니다.
고단하고 찌들은 그녀의 일상에 오직 그녀가 위안을 삼는 것이라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듣던 설교처럼 보였습니다. 업무 중이라 설교에 집중하고 들을 수 있었던 상황도 아니었지만, 정말 한 순간도 이어폰을 빼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설교를 듣는 행위는.. 무엇이었을까요.
교회란.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그녀를 보며 참 싫었고, 심지어 한심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랬던 그녀의 삶이 무척 안쓰럽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올려다보면서, 그녀의 고단한 삶에 정작 당장 솟아나고 있던 생명수를 찾지 못하고, 정작 끊임없이 그의 삶 속에서 ‘괜찮다. 괜찮다’ 해주시는 예수님의 위로를 받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질적, 현상적인 부분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에 대한 욕심, 내가 지어놓은 ‘모범적인 나의 모습’에 대한 상... 그것들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그분께 맡기고 의지하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이 작은 나, 이 작고 약하고 울퉁불퉁한 마음을 가진 나.. 내 모습을 놓고 보면 늘 절망입니다. 내 상황을 놓고 보니 평안할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런 나를 창조하사 그분의 자녀삼아주신 것은 나의 잘함과 나의 능력이 아님을 고백하게 됩니다.
나는 조금만 아파도 고통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이니 노상 아프다고 푸념하는 나를 질책하기보다, 아픈 나를 거울삼아 다른 이들의 고통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나는 늘 작심삼일로 의지가 약한 자이니 ‘뭘 해도 안 되더라’ 절망하는 대신에, 나의 의지를 하나님께 내어드리고 내가 절로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을 주세요.. 기도하며 기대하는 사람이 되는 것. 도저히 어느 것도 노력할 수 없을 만큼 힘겨울 때, 주님 제가 다 무너질 것 같아요. 하고... ‘결국’ 다 놓아버리는 그 시간이 ‘마침내’ 하나님께 나의 삶의 주권을 온전히 내맡겨 드리고 의지할 수 있게 되는...
그렇게 말씀이 삶이 되고, 말씀이 바로 이 순간 나의 삶에 역사하셔서.. 나의 불탄자리가 생명의 자리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얼마 전 들었던 설교말씀처럼,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죄 많은 우리로서가 아니라, 동일한 죄인으로서 따뜻하게 그녀를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우리.. 그런 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소망이 가능한 것은 바로 나의 이 삶의 자리, 나의 이 작은 마음 가운데 찾아와 토닥여주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사랑해주시는 하나님 때문이라는 것을 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을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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