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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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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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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곡은 어느 날의 일기처럼 그렇게 만들어지고 묻혀있던 피아노곡이었습니다. 정말 낡은 서랍 속의 보물처럼 꺼내어진 멜로디. 이상하게도 이 곡은 앨범에 넣기로 선택한 순간부터 제목이 확정되었습니다. '땅의 노래'. 이 피아노곡을 듣고 있으면 그저 '온 땅이 한마음으로 여호와를 찬양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그래서 분명한 제목이 주어졌지만... 실은 그것이 한편으론 당혹스러운 숙제가 되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 과제는 가사였습니다. 고백하건대... 파란 하늘에 반하고 연둣빛 나뭇잎에 시선을 빼앗긴 적은 있지만, 온 땅이 들고일어나 주를 찬양하는 노래를 적을 수 있을 만큼 저는 '이 땅..'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멜로디와 제목에 걸맞은 가사를 머리에 얹고 며칠을 지나 문득 설거지하는 제 마음에 하나님께서 속삭여주셨습니다. '노아의 방주란다' 얼른 방으로 들어와 성경책을 펼쳐놓고 말씀을 인용하고, 순우리말 중에서 자연을 담은 단어들을 검색해 알맞은 몇 가지를 추려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마치 준비되어 있던 듯 아름다운 ‘땅의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나왔습니다.

작사, 곡이 완성되고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원론적인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주님 이 노래가 정말 제게 주신 노래가 맞나요? 제 노래가 맞나요?

저는 사실 음악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저만의 곡을 선물 받고 저의 목소리로 찬양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이제까지의 곡들이 모두 저의 고백, 저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기에… 이 곡은 좀 버거웠습니다. 다른 어떤 곡보다 완성도가 높은 것 같았고, 음악적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 노래가, 제 이야기가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가사를 부를 땐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올라올 때도 있었고… 연습기간 도중 저의 몸과 마음이 점점 힘을 잃어 제 자신을 내려놓자, 하나님의 일하심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그분의 타이밍을 알려주셨습니다.

'땅의 노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은… 바로 저의 노래였습니다. 지독한 아픔과 상처로 뒤덮여버린 그 땅은 도저히 처음과 같이 복구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살리시기 위해 당신의 눈물과 저의 눈물을 더해 그 땅을 다 덮어버릴 홍수를 내리셨습니다. 그토록 지옥 같은 땅이었는데도 저는 그곳을 묻어버리신 하나님을 원망하며 어떻게든 그 비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이미 제게 새 언약의 땅을 마련하고 계셨고, 그 언약의 땅에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며 살아갈… 손잡고 하나님의 방주에서 같이 걸어 나와 다시 움트는 생명의 땅을 밟을 하나님의 사람들을 방주 안에 가득 싣고 계셨음을 말이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와 믿음이 없는 이의 차이는 그의 선함과 그렇지 않음이 아닙니다. 그가 삶의 막다른 절벽 위에서, 절망의 끝에서 기도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생명줄을 가진 자인가… 그렇지 않은가…입니다.

저처럼, 도저히 소생될 수 없는 상처로 얼룩진 당신들의 삶에 진정한 생을 주시기 위해 그대들의 피눈물과 함께 당신의 피눈물을 기꺼이 쏟아부으셔서 죽은 땅을 다 덮어버리시고, 새로이 살아갈 내일을 주시는… 당신들은 자신을 포기할 수 있을지라도 그분께서는 절대 그대들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위로하심을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 작고 여린 목소리로 이 노래를 여러분께 드립니다.

- 음원발매를 위한  ‘앨범 리뷰’를 적었던 것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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