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2013년 3월. [하나님의 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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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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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나는 네번째 봉사지인 크파르사바의 '마온루하마'라는 일종의 '정부 직속 복합 장애인 대단지 시설' 같은 곳에서 봉사자로 생활하고 있었다. 너댓개의 건물들은 장애 정도와 연령,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장애인들의 숙소로 이용되었고, 대강당을 겸한 식당 건물에서는 때마다 잦은 행사가 있어 행사의 성격에 맞게 화려한 의상에 춤도 많이 추고, 수십명의 휠체어도 밀어보고, 행사 때 배경으로 쓰일 큰~~~ 종이위에 여러가지 그림도 미리 준비해 그려넣곤 했다. (모두 다 시키니 그저 도리없이 했는데, 하고보니 내가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줄 난생 처음 알았다!)


그 아침. 나는 앞을 보지 못하시고, 휠체어 생활을 하시는... 게다가 치매까지 앓고 계시는 어느 할머니께 죽을 먹여드리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속으로 하나님께 궁시렁대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주님, 목사님들이란 분들이... 이렇게 교회에 오래 다니셨다는 분들이... 어쩌고 저쩌고..." 한참을 궁시렁 거리다가.. 결국 결론은 그거였다. "주께선 제게 그저 사랑이신데, 왜 이렇게들 말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고... 계산하는 것도 많고... 서로 정죄하느라 바쁘고.. 아 진짜 피곤해요."

내 투덜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님이 곧바로 물으셨다.

"그럼 그 사랑. 네가 전할래?"

나도 정말. 곧바로. 곱씹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럼요! 제가 할게요~! 제가 펴~~~엉생 할게요! 그 사랑. 제가 평~~생 전할게요 주님!"

그리고... 더이상의 말씀은 들을 수 없었지만,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채 5분도 안되어! 할머니 식사를 다 돕고 봉사자 숙소로 돌아오는 그 100m 남짓의 짧은 길.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내 입술을 손바닥으로 계속 탁탁 치며 "이놈의 입술이 방정!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한거야!!"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지만, 나는 이미 하나님께 감히. '서원'한 몸이 되었다.


하여!

그렇게 숙소로 돌아온 후 거의 1박2일을 잠도 못 자고... 인터넷 검색 능력을 총동원해서, 찾을 수 있었던 최대한의 '선교단체' 링크 목록을 작성해서 그 백여 개에 달하는 어쩌면 더 많았던... (그때 인터넷으로 검색이 가능했던 공개된 단체에 한해) 하나씩 다 들어가서, 단체의 비전과 설립목적, 활동내용.. 그리고 내게는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지원자격' 까지 꼼꼼히... 눈이 빠져라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는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났고, 카톨릭에서 세례를 받았다. 혹자는... 아니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샬롬교회(예루살렘 위치)'의 일원이 되기까지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 또는 '신앙이 없었다'라고 판단을 넘어 결론을 내고 말씀하시곤 하셨지만... 어쨌거나 내 삶에선 태어나 자라오며 하나님이 동행하지 않으셨던 적이 없다. 하지만, 선교사로 파송받기 위해... 나를 선교단체에 허입해 줄 곳을 찾는 동안... 내 머릿속, 마음속에선 점점.. 내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그들 앞에서 내가 살아온 삶이며 그저 순수하게 임했던 모든 봉사활동의 매 순간을 포장하며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건 아닌데...' 몸도 마음도 기가 팍 죽어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그런 마음에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한숨을 '후욱' 내쉬는데...


내내 잠잠하시던 하나님이 그날처럼. 따뜻하고 온화하게.. 하지만 단단하게 말씀하셨다. 

"아이야. 네가 전하겠다던 나의 사랑. 너는 누구에게 약속했는지 기억하니? 네가 약속한 이는 바로 나다. 너를 보낼 이도 바로 나다."

네.. 주님. 네... 주님.... 아멘.


그렇게 노트북을 닫은 후론 인위적인 어떤 방법도... 어떤 선교단체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개월.. 아니 1년 쯤.. 한국으로 돌아와 성인외국어학원의 영어회화강사가 된 나는... 나름 집, 학원, 교회,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이스라엘의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 있는 봉사자들의 모임 '비아 코리아'를 꾸려보겠다며 함께하는 옛 봉사자들과 이러저러하게... 너무 바쁘지도, 너무 안일하지도 않은 그 중간쯤의 어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오전수업을 위해 출근 준비를 하며 침대정리를 하면서 주특기인 혼잣말로... 


"아.. 주님. 저는 언제나 파송해주시려나요~"

"네가 있는 곳 그 어디나 내가 보내는 곳이며, 그곳이 너의 선교지란다."


이번엔 벽에서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엉말! 깜짝 놀랐다! 진짜 일말의 기대 없이 그냥 말 그대로 혼잣말. 중얼거림이었기에 그 타이밍에 그렇게 답을 해주실지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의 보내심'에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치 않았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러 번 죽다 살아났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내가 있는 곳이 선교지다. 나는 그리스도의 편지다. 나는 하나님이 보내신 그의 증인이다' 라는 데에는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증인이 될 수 있도록, 끝없이 보여주시고 겪게 하셔서... 정말 '증인'이 되게 만드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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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처럼... 몇 편의 글을 '묵상나눔'에 연거푸 올렸다.

입으로는 종종 나누었지만, 글로 남긴 건 처음이었던.. 하나님께서 나로 하여금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해주시고, 그래서 나의 생명을 살려주시고, 살려주신 삶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 인도해 주신.. 이야기들. 이 공간은 계획에 없던..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 같은' 나눔의 공간이고. 결국 지으신 목적대로, 이끌어주셨던 목적대로... '나는 그래서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묵상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쓰고, 이렇게 음악도 만들게 된... 모든 것이 그렇게 일하시는 하나님께서 행하신 그대로였을 뿐이랍니다' 라고.. 내 좋으신 주를 크게크게 고백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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