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나눔

2011년 3월. [욥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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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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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프니낫'이라는 일종의 요양시설에 막 배정받았을 때였다. 곧 한국에서 도착할 룸메이트를 기다리며 몇 날을 시설의 어르신들 성함을 외우느라 바삐... 그리고 일과 후엔 찬양을 들으며 동네 산책도 하며 그렇게 보냈다. 그때 가장 많이 듣던 찬양 중의 하나가 조준모 님의 '그의 생각'이었다.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 / 너를 가장 많이 알고 계시며 /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 / 너를 가장 깊이 이해하신단다 /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 너를 쉬지 않고 지켜보신단다 / 그의 생각 셀 수 없고 / 그의 자비 무궁하며 / 그의 성실 날마다 새롭고 / 그의 사랑 끝이 없단다


평소처럼... 은혜롭게... 감사하게... 그런 마음으로 가사를 따라 부르다가 순간 너무 화가 나 길거리에 그만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2절이었다.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너를 쉬지 않고 지켜보신단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니 숨이 막혔다. 미친 듯 소리지르고 싶었다. 아니 마음 속에선 하나님께 대고 이미 미친듯이 소리질러대고 있었다.


"왜 그러셨어요! 왜! 왜 그 아이는 지키지 않으셨어요! 그 아이가 그렇게 혼자였을 때! 왜 포기하셨어요! 왜 끝까지 지키지 않으셨어요! 왜! 내버려 두셨어요! 자살한 영혼은 천국도 못 간다면서요! 왜 그러셨어요! 당신은 그런 하나님! 나 이용하려고! 그 아이 죽음으로 나 여기까지 끌고오려고! 아하! 그런 사랑의 하나님이 되시려고!!!!!!!" 


나는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다. 몇 초만에 나를 둘러싼 세상이 빙빙 돌았다.


성당에서도 그리고 대부분 교회의 목사님들도... 다들 단언했다. '자살한 영혼은 구원받을 수 없다' 나는 '나의 사랑의 하나님이 되어주신... 그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며 그 분만 바라보자고... 아무 소리도 듣지 말고... 오직 그 분만 바라보자고...' 애쓰며, 그 모든 목소리..들을 정말 애써 담아두려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답이 정해져있는 거라면... 아무 맥락도 없이, 그냥 그렇게 답만 정해져 있는 거라면... 그게 무슨 사랑인가. 나의 주는... 그런 분이 아니실 것이다. 막연히... 나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싸움을... 사실 나에게조차도 꺼내어지지 못했던 싸움을 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어쩌면 자연스럽게.. 내 힘으론 더이상 막을 수 없었던.. 상처가 터져나왔던 것 같다. 살아서도 평안치 못했던 그 아이의 영혼이 죽어서도 끝내 지옥불에 떨어져야하다니! 그게 마땅하다니! 그게 정해진 답이라니! 그걸 묵과하신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니!


그때부터 나는 틈만 나면 교회의 여러 분들께 여쭤보기 시작했다. 목사님, 사모님, 권사님, 선교사님, 신대원 재학중인 봉사자들까지... 대부분 먼저는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셨고,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내어주셨다. '글쎄... 진희야.. 욥기를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이건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거 같다' 그럴때면 욥기를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서, 마냥 빈정댔다. "아! 욥기요?! 하나님이 사단이랑 내기해서 한 사람 인생 쫑낸 거 그거요?!" 


그러기를... 한 달 쯤... 마지막으로 찾아간 분이 한 강도사님이셨는데... 평소에도 위로를 '가르침'으로 주셔서 '똘똘이 스머프'라고 놀리던 그런 분이었다. "강도사님. 저 위로말고 정말 대답 좀 해주세요. 왜 하나님은 그 아이를 데려가셨나요. 왜 그 죽음을 용인하셨나요" .............. 다른 때와 달리 강도사님은 선뜻 입을 떼지 못하시고, 매우 난감해하시며 그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게.. 그러니까... 그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 저는..."


그와 동시에 내 온 몸이 스피커가 되어, 우뢰와 같은 울림이... 형언할 수 없는 준엄하고 거대한 주님의 음성이 가득 울려퍼졌다. 


"그 아이가 너의 동생이기 이전에도 그는 나의 영혼이었고, 너의 동생이었던 29년 동안에도 나의 영혼이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는 나의 영혼이다! 네가 어디서 내게 그의 영혼의 억울함을, 주권을 따지려드느냐! 네가 그를 안다한들 나보다 더 할 것이며, 네가 그를 살폈다한들 나보다 더 할 것이냐!"


그 형언할 수 없는 권위 앞에 숨이 멎을 듯 얼어 붙어있는 내게 하나님은 이 마지막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러니 너는 이제 염려말라. 너의 영혼 이제 평안하라. 내가 그 아이를 알고 있으니. 내가 너도 알고 있으니. 너는 염려말라. 걱정말아라."


.....


하염없이 울며 회개하기 시작했다. 


네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저의 창조주. 만물의 주관자. 전능하신 하나님. 오직 선하신 사랑의 주여. 당신을 믿습니다. 사랑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


그 날. 하나님은 그 어떤 힘든 날이와도... 그 어떤 원망이 나를 스쳐지나가도... 부인할 수 없는 나의 주권자가 되어주셨고, 무엇보다.. 그의 전능하심과 만유위의 권위로우심 보다.. 그의 끝없는 사랑하심과 헤아리심으로...앞 글 '사랑의 하나님'이시라 고백한 이후 그 '사랑의 하나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가. 에 대해 절대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알았다.

그 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내가 절로 하게 된 고백은. 

바로 '욥의 마지막 고백'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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