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4 [마가 14: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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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 [마가 14:22-31]
마가복음 14장 22절에서 31절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의 일부분의 모습과 예수님과 베드로가 나누신 대화로 나뉘어졌고..
오늘 저에겐 유독 29절과 31절의 베드로의 발언이 복잡한 심경으로 마치 사막의 모래폭풍이 우르르 이는 듯 다가옵니다.
예수님께서 몇차례에 걸쳐 당신의 수난 받으심과 부활하심을 말씀해주셨음에도 어쩌면 당연한 듯, 제자들은 그 말씀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예수님의 말씀에 덥썩 예수님을 붙들었을 것만 같은 베드로. 그가 예수님께 드린 이 말씀은 그의 온 마음을 다해 드리는 진짜 마음.... 진심으로 드리는 처절한 약속의 심경이었을 것이며, 절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이 없는 허풍쟁이의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분명 그 순간에도 예수님을 '그리스도'이시라 고백한 바로 그 제자였으니까요.
믿음.
그는 자신의 믿음을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단언했습니다.
저는 베드로를 보며, 저를 봅니다. 저와 제 곁에서 또는 어딘가 각자 보냄받은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주일 예배중에 '내가 주인 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내 주 되신 주 앞에 나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내려놓고 주님만 사랑해..' 우리가 예배중에 자주 부르던 찬양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찬양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사가... 너무 무거웠고, 무서웠고, 아프고... 지독하게 치열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그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 목이 메었습니다.
믿음은... 철저히 수동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주님을 아무리 원망해도, 제가 주님께 아무리 돌아서려해도... 또는 그 반대로 아무리 주님께 잘 보이려해도 아무리 좋은 자녀가 되려해도... 그 믿음의 생겨남이 그러했듯 그 믿음이 지켜지는 과정도 그 믿음이 자라나 하나님께서 지으신 바 그 뜻을 이루시기까지... 믿음은. 은혜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절대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선하심, 그 선하신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사랑. 그 사랑을 맛보아 알게하사... 그 믿음을 갖게 하시고 그렇게 켜진 믿음의 촛불로 이미 이 세상에선 살아도 죽은 자 같을 수 밖에 없는 내 영혼이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시고, 오히려 감사하며 이미 몸의 죽음을 맞이하기 이전에 이 땅에서 천국을 살게 하시고.. 그렇게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그가 지으신 이유대로 모습대로... 완벽하게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지킬 수 있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선물. 그러니 믿음은... 나에게서... 나의 열심으로 부터가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이라 생각이 됩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 그가 그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 주님을 부인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직도 자기 확신에 가득차서... '자신이 가진 자신의 믿음'에 '자신의 힘'으로 꼿꼿이 서려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시었을 때 그 누구보다도 다급하게 바다에 뛰어들어 예수님께로 나아가 예수님께 '주님을 사랑합니다' 라고 이제야말로 정말 무게추가 저 바닥 어디쯤에 닿아있을 것만같은 그 무게를 담은 고백을 하고 이제야말로 예수님께 '내 양을 먹이라' 라는 사명을 받는 일이 가능했을까요.
숨을 쉬기가 힘이 들어서 숨을 쉬는데 도움을 주는 약을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겨내려고 했더니 이 병 저 병. 약으로 쉽사리 해결 안 되는 것들이 자꾸 생겨나 이제 티끌만큼도 제게 얹지 마시라 하나님께 소리질렀습니다. 저를 사용하지도 마시고, 저를 사랑하지도 마시고, 저를 그저 이만 당신 곁으로 데려가 주시라고만 기도했던 몇 주를 보내고 차츰... 사실은 주님께서 제 곁에 계시는 걸 압니다. 사실은 주님께서 저를 언제나 사랑하시고, 한 순간도 혼자이게 하지 않으시고, 사실은... 그 누구보다 함께 아프게 저를 보실 주를 압니다. 그리고... 사실은.... 주님께서 저를 통해 하시는 일들이 언제나... 좋았습니다. 라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백이 있자마자 이번엔 또 뜬금없이 성인아토피가 온 몸을 덮쳐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오늘입니다.
힘이 들수록 너무 먼 앞 일을 생각하지 말고, 가장 가까운 다음 할 일, 다음 순간의 발걸음만 보고 내딛기로 했는데... 그래서 오늘은 이곳에 큐티를 나눔으로 사실은.. 정작 저 자신에게 하나님의 약속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베드로도 그랬다.
하물며 너의 믿음을 베드로에게 견줄테냐.
그러니 당연하다.
잠잠히 기다려라.
지으신 목적대로 너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키시는 분임을
네게 이미 알려주셨다.
그러니... 너는 이미 주신 그 믿음을 이제는 네 안에서
지켜라.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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