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6 '아침묵상'
페이지 정보
본문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데 길가 나무에서 거의 비명에 가까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올려다보니 한 아름 나무 중턱에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오도 가도 못한 채 내려다보며 울고 있습니다. 어찌나 절박하게 우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멈춰 서서 고양이를 올려다봅니다. 꽤 높은 곳이라 올라가 도와줄 엄두를 못 내고. 나도, 사람들도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도움받기를 포기했는지 새끼고양이가 꼬무룩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저런. 가뜩이나 높은 곳에 있어 어쩔 줄 모르더니 이젠 점점 더 높은 가지로 기어오릅니다. 아래를 보며 내려오기가 무서웠던 새끼고양이는 더 위험한 길을 향해 울며 계속 올라갑니다.
문득 그 어린 고양이의 모습이 지나온 날들의 나와 같다 여겨집니다.
그렇게 그 어린 고양이처럼...... 어린 나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습니다. 그대로 계속 걸음 따라 올라가야 할 것 같았던 길. 이미 와버린 이곳이 너무 까마득해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앞이 더 무서운 길이라도 계속 올라가야만 할 것 같았던 때.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아무도 그곳에서 나를 꺼내주지 못했던...... 그날의 내가 저 나무 위에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야 했던 것, 있어야 했던 곳, 가야 했던 길’을 위해서만 달려가던 내가 있습니다. 당연한 듯 견뎌냈던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날마다 ‘괜찮다. 괜찮다.’고 주문이라도 걸어야 했던 그 작은 내가 저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침.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었던, 도무지 아무도 그 곁에 서주지 못할 것 같았던 시간 속에 친히 그 나무를 거슬러 올라와 나를 꺼내주신, 따뜻하고 환한 당신의 빛을 기억합니다. 어둠 속에 흘러내린 나의 눈물과 길거리에 흩뿌려진 나의 한숨과 마음을 짓누르던 그 많은 두려움을 걷어내고 ‘언제나 네 곁에 있었단다.’ 찾아오신 나의 아바.
분명 내가 디딜 수 있던 길은 더 이상 없었는데, 그가 함께 하시니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힘들어도 그저 참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감사의 고백으로 거뜬히 걸어갈 넓은 길이 펼쳐집니다. 작고 어린 고양이처럼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그 길엔 손잡고 걸어갈 그 분의 자녀들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그의 선물이 됩니다.
○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 ○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요한 14:17-18]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