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배진희
작성일
조회
303
본문
부산에서 서울로 병원을 오가던 KTX 에서 처음으로 '당향노'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사실 나는 오래된 CBS 'Joy for you' 의 애청자이고, '당향노(당신을 향한 노래)'는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최정원 아나운서와 박지영 작가 두 분께서 진행하시는 나의 최애 프로그램이었지만.. 사뭇 용감한(?) 나에게도 처음 게시판에 뭔가 적는다는 게 쑥스럽고 낯설어 늘 귀호강으로 만족했는데, 그 날 하늘엔 '수퍼문'이 떴고.. 이스라엘에서 봉사자들과 함께 구경했던 그 달이 생각났고... 그냥 그렇게 정원님께 처음으로 신청곡과 사연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첫 신청곡은 참... 부끄럽게도 이스라엘의 자원봉사자 시절 아디와의 산책길을 떠올리며 내가 불렀던 '산책'. 어쩌면 당연히 나는 몰랐던... 그 곡은 CBS에 아직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정원님께서는 내 사연을 그 깊고 울림있는 목소리로 소개해주신 것도 모자라 '산책'이라는 곡과 사랑에 빠지셨다며 꼭 조만간 이 곡의 등록을 요청하셔서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살자고, 살아보자고 꾸역꾸역 오가던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기찻길에서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감사했다. 정원님이 바로 내 옆자리에 앉으셔서 토닥토닥 위로라도 해주시는 것만 같아서... 그 날 나의 하나님께 나는 '아디와 산책을 하던 때'의, '산책길을 떠올리며 멜로디를 피아노로 쳐 내려가던 때'의, 그 'Walking with Adi'가 '산책'이라는 노래가 되어 녹음실에서 불려지던 때'의 모든 순간을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릴 수 있었다.
정원님은 소소한 때론 묵직한 그리고 늘 장황한 나의 사연들을 대부분 빼놓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셨고, 때마다 나는 정원님의 곱고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큰 위로와 응원을 받고 한바탕 울거나, 웃거나 하며.. 그렇게 다시 힘을 내곤 했다.
그리고, 어제...
사연이라기엔 도저히 소개될 수 없을 게 분명한 이 공간으로의 초대장을 가지고 장문의 문자를 드렸다.
언젠가부터... 그냥 당향노는 내 '친정집' 같은 공간이 되어주셨고, 기쁜 소식, 힘든 소식, 새로운 소식...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일단 당향노를 꾸려가시는 두 분께 쪼르르 달려가 나누어야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송중에 행여 이런 장문의 문자가 민폐가 되면 어쩌지... 아냐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시니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아... 괜한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닐까... 아냐 부담없이 읽어주시고, 부담없이 받아주실거야... 아... 오늘은 신청곡 '김도현'님의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만 들려주시면 그저 좋겠다~
하며 듣고 있었는데, 아! 찬양이 흘러 나온다. 원래 알던 버전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힘껏 축복해주시듯... '할렐루야'를 외치시며 부르는 김도현님의 목소리. 나는 찬양이 시작되자마자 누른 녹음버튼에 혹여 울음소리가 새어 들어갈까 숨 죽이며 콧물을 흘려가며.. 오른 손을 번쩍 들고 눈 꼭 감고 감사기도를 드리며 찬양을 들었다. 늘 힘들 때 마다 들었던 찬양인데, 어느새 나는 정말 찬양의 가사처럼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 여호와 하신 일을 / 나의 모든 삶과 노래로 / 주께서 하신 일을 / 선포하리라 /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 여호와의 영광을 / 나의 모든 삶과 노래로 / 주께서 하신 일을 / 노래하리라'... 어느새 나를 노래하는 이도 되게 하여 주셨던 걸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야 깨달았다. '나는 정말 나의 모든 삶과 노래로 주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고 싶었고, 선포하게 해주시는 주' 이셨음을.
그리고... 더 당황(?)스러운 일이 생겨났다. 아직 찬양의 여운에서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는데, '마라님의 신청곡 김도현의...' 하실 줄 알았던 정원님께서.... 내가 보내드린 그 긴 문자를... 그대로 다 읽기 시작하셨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른분들께 공감되기 어려울 나의 소식을 읽어주시고,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홈페이지에도 마실 오셔서 나를 보셨고 나의 노래들을 들어 주셨단다. 꺄아~! 이걸 어쩌지... 감사를 넘어서 이건 거의 송구한 마음. 이런 정성을 받아도 되는 건가. 이런 응원을 받아도 되는 건가. 너무 너무 큰 집들이 선물을 받아들고 다시 듣고 다시 듣고 하다가.... 문득 정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당향노를 통해, 정원님을 통해 온전히 내게로의 응원과 동행을 선물받은 몇 분 동안의 힘! 나는 그것이 그렇게 크고 기쁘고 빛나는 상장같았는데 갑자기 '하나님은?!' 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쾅! 친다. 나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시고, 당신의 모든 응원과 모든 타이밍을 내게 맞추어 지으신 그대로 회복케하시며...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나의 하나님은! 내게 이토록 주파수를 강력하게 맞추시고, 이토록 세밀하게 보폭을 맞추어 동행하시며, 내가 그 분께 '나를 사랑하시지도 말며, 내게서 아무 것도 행하시지 말며, 부디 나를 데려가주세요!' 라고 소리질렀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당신은 나를 사랑하시지 않는다, 내게서 아무 일도 하신 적이 없다, 나를 본 척도 안하신다' 라고는 도저히 불평할 수 없을만큼 한 순간도 나를 내버려두지 않으셨던 나의 주님. 어느새 하나님의 사랑은... 내게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나는 그 분의 사랑안에 그냥 숨쉬듯 살아있었다.
결국 이 길고 긴 오늘의 수다는.
당향노의 정원님께로의 감사로 시작된.... '나의 하나님' 이야기다.
뿅! 하고 얻어맞은 새삼스러운 축복에 이 글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혼자 같은데
혼자가 될 수록
혼자이지 않게 하시는 나의 아버지.
그렇게 고백할 수 있는 오늘이 있어서. 이 하루살이가 좋았습니다. 아바.
관련자료
-
이전
-
다음